20 Things in 2020

Cloud JoonHo Park
11 min readJan 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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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느낀 20가지

INTRO

2020년에는 많은 변화와, 경험, 그리고 도전이 있었던 한 해였다. 그래서인지 유독 느리게 지나간 것 같으면서도 많이 아쉽다. 올해 경험한 것과, 느낀 점들을 20가지로 요약해 본다. 10가지는 실제 있었던 일을 중심으로, 10가지는 1년을 보내면서 들었던 다양한 생각을 중심으로 회고해 본다. 글이 길어지는 걸 보니, 대충 살진 않았다 싶다.

👋 구름빠 마무리

2019.11.27 ~ 2020.01.12 약 1달 반 동안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두 달이 안되는 시간동안 참 많이도 사고 싶은 것을 사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초대해서 함께 지내면서 즐겁게 지냈다. 오롯이 나를 위한 공간을 만들면서 굉장히 큰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꼈지만, 뜻하지 않게 층간 소음으로 아랫 집에 피해를 주게 되었다. 진심어린 사과를 드렸고, 잘 해결되었지만 뜻하지 않게 내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도와 상관 없이 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평가 및 연봉 협상 진행

내가 원하는 수준의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느꼈다. 여기서 말하는 원하는 수준이란, 내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어느 정도는 있지만), 내가 하고자 했던 바와 회사가 원하는 바에 대한 기대치 합의와 이에 대한 충분히 납득 가는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성과와 평가는 어떻게 측정되는 것일까 궁금증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나의 시장 가치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 전문연구요원 소집 해제

와… 최고야, 짜릿해! 늘 새로워!! 정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문연구요원 신분에서 벗어났다! 졸업 때도, 대학원을 선택할 때에도, 인생의 많은 결정에서 항상 불편함을 안겨주었던 군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해방감인지 모른다. 아쉬웠던 점은, 원래 소집 해제 후 1달 이상 해외여행을 다녀오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자유가 생긴 시점에서 관성이 아닌 충분한 고민을 통해 나의 커리어를 결정하고 싶었다.

💧 뱅크샐러드 입사

예전에 함께 일하고 싶어서 하이퍼커넥트에도 추천했던 이승민 형에게 연초부터 연락이 왔었다. 커리어 시작을 SDK 개발로 했다가, 하이퍼커넥트에서는 APP 개발만 하다가, 그 가운데 어딘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사를 확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CTO 님과의 티타임이었다. 대화를 통해 많은 영역에서 내가 많이 자극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뱅크샐러드 서비스를 만들면서 하고 싶은 도전에 대한 기회를 충분히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 사내 기술 모임 발표

입사 후, 약 3달간 뱅크샐러드 2.0 Android 와 BPL TFT 의 스프린트 마스터를 진행하면서, JIRA Dashboard, Confluence 등을 재구축하며 팀 확장에 필요한 모든 부분에서 노력하고 있었다. 입사 당시에는 Android 팀이 iOS 팀 숫자의 절반 정도라서 모두 업무 부담이 큰 상황이었는데, 팀을 조명할 수 있는 발표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역시 내가 피부로 느끼는 내용으로 발표를 해야 자연스럽게 진정성 있는 내용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유머는 덤).

⏪ 런칭 일정 미루고 팀 재정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합류한 사람이 절반 이상이 되는 시점에서 기존의 일정을 맞추기는 쉽지 않았다. 기존 코드에 대한 파악을 할 시간도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처음에 빠뜨렸던 것들도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서 일정을 위해 trade-off 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좋은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잠시 멈추었다. 우리 팀의 목적은 무엇인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의미있는지,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이고, 그 가운데에서 우리가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에 대한 Ground Rule 을 재정비했다. 서로 힘든 부분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여유롭지는 않았지만) 두 번째 일정은 큰 무리 없이 달성할 수 있었다.

🙋‍♂️ Android Tech Lead

4월 입사, 8월 런칭 이후 Android Tech Lead가 되었다. 사실 하고 있던 일이 바뀐 것은 없었는데, 그동안에 보여준 모습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기도 했고, 내가 들어오면서 하고 싶었던 기여에 대한 방향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기도 했다. 당장에 하던 일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생각의 무게 중심을 바꾸는 새로운 도전이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 자전거를 꾸준히 타기 시작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하이퍼커넥트 다닐 때 설 선물로 선택했던 삼천리 자전거는 3번 타고 말았는데, 10월에 따릉이를 타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20번도 넘게 탔다! 1시간 1회 대여에 1000원이던 따릉이가 1년 정기권 일일 2시간 비용이 4만원밖에 안해서 정기권을 지르고 나니까 정말 자주 타게 되었다. 건강 챙기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구나 싶었다.

한 번에 두시간씩 타는 경우도 많았다

👶 삼촌이 되었다

누나가 11월 21일에 조카를 낳았다! 코로나 시국에 가급적 접촉을 자제하고 있어서 아직 실물은 못 봤지만, 분명히 엄청난 사건이다. 왜냐면 우리 가족 카톡방의 내용의 8할이 이제 강현이 사진이거든… 강현이가 태어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새 분유 포트를 사서 바치고 말았다. 강현이는 과연 몇 살까지 산타를 믿게 될까? 🎅

👨‍💻 Flutter 스터디를 꾸준히 열심히 잘 하고있다

11월 부터 Flutter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처음에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자주하고 있다. 도전적인 목표를 잡아 보면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선을 함께 찾아가면서 하고 있어서 즐겁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디자인이 필요하면 Figma를 배우고, 서버가 필요하면 fast-api 를 써 보고. 아, 근데 다트 좀…세미콜론으로 끝내야 하는거 실화??;;;

📚 책을 많이 사는데, 다 읽은 책이 거의 없었다.

올해 정말 많은 책을 샀다. 거의 30권 넘게 산 것 같은데, 다 읽은 책은 두세권 뿐이다. 근데 70% 이상의 책을 읽기 시작하긴 했다. 베스트셀러인 것을 감안하면 책의 필력이 나쁜 것 보다는 내가 책을 읽다 마는 경향이 큰 것일 텐데, 올해 관심사가 계속 바뀐다는 점과, 자기계발서를 읽다 보면 생각이 많아져서 한장 한장 넘기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것이 원인인 듯 하다. 2021년에는 좀 더 집중해서 읽어보고 싶다. 2020년 읽었던 책 중에 제일 좋았던 책을 꼽는다면, 다음의 세 권이 될 것 같다.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武器になる哲學 人生を生き拔くための哲學)
  • 팀장의 탄생(The Making of A Manager)
  • 실리콘밸리의 팀장들(Radical Candor)

🛠 몰입을 위한 환경

사람은 환경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을 재택 근무를 시작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나는 어릴 적 부터 집에서 공부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재택 근무의 효율이 처참했다. 아, 물론 전체적인 생산성이 좋아진 것은 맞다. 단지 몰입을 못 하는 만큼 출퇴근 시간에 해당하는 시간을 투자해서 해결했을 뿐이다. 내가 환경에 영향받는 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를 관찰하며 하나 둘 씩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2021년 1월 안에 내 방의 모든 인테리어를 바꿔서 최고의 업무 환경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책상 구매와 커피 머신, 그리고 새해맞이 대대적인 방 공사

🔮 회고, 회고, 회고

원래 2020년에는 분기 별 회고를 하려고 했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못했다. 하지만, 사실 회사에서도 개인적으로도 그 어느 해보다 많은 회고를 했다. Sprint, OKR, KPT, 3Fs, 5Fs, … 다양한 방법론을 사용했지만, 방법론은 사소하다. 한 해를 보내면서 가장 많이 곱씹는 문장이 있다면 바로 이 문장일 것이다.

우리는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다.
경험에 대한 회고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 John Dewey

🥃 Drink? or Not.

퇴사와 입사를 하면서 많이도 마셨다. 슬슬 드는 생각은, 내가 좋아하는 건 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술 없이도 즐거운 대화도 있고, 술이 있어야 즐거운 대화도 있고, 술이 있어도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는 대화도 있다. 아니, 대화조차 없이도 즐거운 순간들도 있다. 물론 좋은 향, 좋은 맛, 좋은 모양은 언제나 좋아한다. 다만 그게 목적이 되지 않게 된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수 많은 약속들로부터 한 발자국 뒤에 서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생겼다. 아쉬움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어 참 다행이다.

🎼 Music

1일1인디를 하지 않게 되면서, 나는 2017년의 플레이리스트에 갇혀 있었다(아 물론, 나의 “Best of 2017” 멜론 플레이리스트는 여전히 애정한다). 코로나로 그 어떤 페스티벌도 가지 못하게 되면서, 아쉬움 때문인지 음악을 다시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음악에 긴 말은 필요 없지. 지금 당장 생각나는 곡을 세개만 공유해 본다. 취향에 안 맞아도 어쩔 수 없고 ¯\_(ツ)_/¯

🏃‍♂️ 내 몸을 소중히 하는 습관들

운동 참 하기 힘들다…기 보다는 게으른게 맞다. (체지방은 조금 줄었지만) 결국 올해는 살이 조금 더 찐 채로 마감하게 되었다. 내 건강은 아무도 안 챙겨주고, 회당 5만원이 넘는 PT 비용에 대해서는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헬스장 자체가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결국 장소에 의존하지 않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에 풀업바를 설치하고, 무게 조절 덤벨과 케틀벨을 구매해서 운동에 대한 허들을 최대한 낮췄다. 이제 더 낮아질 데도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 Youtube, Netflix, Watcha

내가 구독하는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이다. 참 뭐랄까… 좋은데, 좋지 않다. 재미를 주지만, 의도치 않게 더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쉽게 얻은 재미는 쉽게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느꼈다. 음악은 음악 앱으로 듣자. 2021년에는 미디어 서비스를 통해 내 가치관을 형성해 주는, 곱씹을 수 있는 영화를 찾아보고 싶다.

✍️ Writing

회고로부터 배움이 시작된다면, 나를 형성하는 가치관은 내가 쌓아 올린 글로부터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생각을 나의 글로, 나의 발표로 계속 기록하고 싶다. 어느 날 뒤를 돌아봤을 때, 자연스럽게 쌓인 거짓 없는 나를 만나고 싶다. 내가 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금 더 자주, 어떤 형태로든 글을 써 보고자 한다. 매일 쓰는 일기도 좋지만, 나의 생각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간격을 가지고 여유 있게 써 보자.

🤝 Communication

요즘은 어떻게 하면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게 된다. 같은 코드를 짜는 사람도 각자 추구하는 방식이 다르고, 편한 방식이 다르고, 해온 방식이 다르다. 그 가운데 바뀌지 않는 것은 결국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점이다. 나는 “누군가의 말이 맞다는 것은 회의에서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그러한 상태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증명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걸 이루어내는 것은 회사의 성장에 따라 점점 더 어려운 과제가 된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또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된 문자 몇개를 추가로 소개해 본다. 커뮤니케이션은 참 어려우면서도 가치있다.

1. 내가 말했다고 상대가 들은 것은 아니다.
2. 상대가 들었다고 상대가 이해한 것은 아니다.
3. 상대가 이해했다고 해서 상대가 수용한 것은 아니다.
4. 상대가 수용했다고 해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 윌리엄 제임스(1842~1910)가 주창한 상담을 위한 의사소통 4단계

🙅‍♂ 덜어내기

하고싶은 건 많고, 시간은 한정적이다. 나의 시간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의 시간도 그렇다. Time, Place, Occasion 은 옷 입을때만 쓰는 것이 아니다(근데 난 옷 입을 때 좀 써야 한다).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상대에게 적절한 내용을 전달한다면 애써 설득의 노력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정말로 너와 나의 공통된 문제를 건드린게 맞다면, 설득은 필요치 않게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조금씩 덜어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2021년에는 조금 더 잘 덜어내는 사람이 될 수 있게 노력해보고자 한다. 잘 덜어내야 오래 갈 수 있다.

OUTRO

코로나로 잃은 것도 많았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2021년에는 나를 지탱해 주는 습관을 만들고, 함께 배움을 나눌 사람들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즐거웠던 저녁과 10월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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